2008년도 수능 비문학 지문 문제 - 과학편
[34~3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생리학 분야의 절대적 권위는 2세기 경 그리스 의학을 집대성한 갈레노스에게 있었다. 갈레노스에 따르면, 정맥피는 간에서 생성되어 정맥을 타고 온몸으로 영양분을 전달하면서 소모된다. 정맥피 중 일부는 심실 벽인 격막의 구멍을 통과하여 우심실에서 좌심실로 이동한 후, 거기에서 공기의 통로인 폐정 맥을 통해 폐에서 유입된 공기와 만나 동맥피가 된다. 그 다음에 동맥 피는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생기를 전해 주면서 소모된다. 이 이론은 피의 전달 경로에 대한 근본적인 오류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갈레노스의 포괄적인 생리학 체계의 일부로서 권위 있게 받아들여졌다. 중세를 거치면서 인체 해부가 가능했지만, 그러한 오류들은 고대의 권위를 추종하는 학문 풍토 때문에 시정되지 않았다.
16세기에 이르러 베살리우스는 해부를 통해 격막에 구멍이 없으며, 폐정맥이 공기가 아닌 피의 통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심장에서 나간 피가 폐를 통과한 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폐순환이 발견 되자 갈레노스의 피의 소모 이론은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나 당시의 의학자들은 갈레노스의 이론에 얽매여 있었으므로 격막 구멍이 없다는 사실로 인해 생긴 문제, 즉 우심실에서 좌심실로 피가 옮겨 갈 수없는 문제를 폐순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판도를 바꾼 사람은 하비였다. 그는 생리학에 근대적인 정량적 방법을 도입했다. 그는 심장의 용적을 측정하여 심장이 밀어내는 피의 양을 추정했다. 그 결과, 심장에서 나가는 동맥피의 양은 섭취되는 음식물의 양보다 훨씬 많았다. 먹은 음식물보다 더 많은 양의 피가 만들어질 수 없으므로 하비는 피가 순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하비는 끈으로 자신의 팔을 묶어 동맥과 정맥을 함께 압박하였다. 피의 흐름이 멈추자 피가 통하지 않는 손은 차가워졌다. 동맥을 차단했던 끈을 약간 늦추어 동맥피만 흐르게 해 주자 손은 이내 생기를 회복했고, 잠시 후 여전히 끈에 압박되어 있던 정맥의 말단 쪽 혈관이 부풀어 올랐다. 끈을 마저 풀어주자 부풀어 올랐던 정맥은 이내 가라앉았다. 이로써 동맥으로 나갔던피가 손을 돌아 정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 실험을 근거로 하비는 1628년에 '좌심실 → 대동맥 → 각 기관 → 대정맥 → 우심방 → 우심실 → 폐동맥 → 폐 → 폐정맥 → 좌심방 → 좌심실'로 이어지는 피의 순환 경로를 제시했다. 반대자들은 해부를 통해 동맥과 정맥의 말단을 연결하는 통로를 찾을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얼마 후, 말피기가 새로 발명된 현미경으로 모세혈관을 발견하면서 피의 순환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폐와 그 밖의 기관들을 피가 따로 순환해야 하는 이유를 포함하여 다양한 인체 기능을 설명하는 새로운 생리학의 구축이 시작되었다.
34. 위 글로 보아 피의 순환 이론의 성립이나 수용에 기여하지 않은 것은?
① 새로운 생리학의 구축
② 과학적 발견들과의 부합
③ 정량적 사고방식의 채택
④ 새로운 관찰 도구의 도입
⑤ 실험적 방법의 적극적 활용
35. 보기는 하비가 제시한 피의 순환 경로의 일부이다. 하비가 끈실험에서 차단했던 위치를 바르게 지적한 것은? [1점]
좌심실 →㉠→ 대동맥 →㉡→각 기관 →㉢→ 대정맥 →㉣→ 우심방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36. 보기의 관점에 따라 위 글의 사례를 해석한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성공적인 과학 이론은 패러다임이 되어 후속하는 과학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에서 연구의 방법, 연구 주제 등을 발견한다. 이러한 정상 과학활동에서 때때로 기존의 패러다임과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과학적 발견인 변칙 사례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변칙 사례들이 패러다임을 당장에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변칙 사례가 누적되면서 위기가 도래한다. 이때 새로운 과학 이론이 등장하여 기존의 패러다임과 경쟁을 벌인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새로운 이론이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는데, 이것이 과학 혁명이다.
① 갈레노스의 이론은 오랫동안 널리 받아들여진 이론이므로 패러다임이었겠군.
② 갈레노스에 대한 강력한 추종이 있었던 중세의 생리학은 정상 과학이었겠군.
③ 폐정맥에서 피가 발견된 것은 갈레노스의 이론과 합치되지 않으므로 변칙 사례에 속하겠군.
④ 폐순환의 발견은 경험적으로 충분히 확증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갈레 노스의 이론을 무효화하지 못했겠군.
⑤ 하비의 순환 이론이 갈레노스의 이론을 대신하여 수용된 것이 과학 혁명이겠군.
2008년도 수능 비문학 지문 문제 - 과학편 (정답)
34. ① 사실적 사고(중심 대상과의 관련성 이해)
‘피의 순환 이론’은 하비의 주장에 모세혈관의 발견까지 겹쳐지면서 완전히 정립된 이론이다. 이는 오랫동안 아성을지켜오던 의학적 정설을 뒤집으며 새로운 생리학 구축의토대를 마련한 것이었다. 즉 ‘피의 순환 이론’이 성립되고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현실에 수용되면서 생리학은 새로운 국면을 맞기 시작한 셈이다. 그래서 본문의 마지막 문장을 통해 ‘새로운 생리학의 구축’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순서를 고려해 볼 때, ①은 ‘피의 순환이론’의 성립에 이어 일어날 수 있는 일일 뿐, ‘피의 순환이론’의 성립이나 수용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답피하기]
② 폐정맥이 공기의 통로가 아니라 피의 통로라는 베살리우스 발견과 부합하며 ‘피의 순환 이론’이 성립되었다.
③ 하비는 먹은 음식물보다 더 많은 양의 피가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④ 새로운 현미경이 모세혈관을 발견하면서 ‘피의 순환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⑤ 하비는 자신의 혈관을 직접 묶으며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피의 순환 이론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35. ③ 추론적 사고(구체적 과정의 이해)
하비가 주장한 피의 순환 경로는 그의 실험의 내용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비는 자신의 팔목을 직접 묶어피의 흐름에 변화를 줌으로써 정맥과 동맥의 기능 및 거기를 통과하는 피의 흐름 등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 실험은 기존의 이론을 뒤엎고 새로운 이론을 내세우게 될 만큼 근거가 확실한 구체적인 실험으로서의 좋은 예가 된다. 하비는 동맥과 정맥을 압박하다가 동맥을 압박하던 끈을먼저 풀어서 피가 통하게 하고 다시 정맥을 압박하던 끈을 풀어 부풀어 오른 정맥을 가라앉힘으로써 동맥에서 나갔던 피가 손을 돌아 정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인 하였다. 그러므로 하비가 끈을 묶어 압박했던 지점은 각 기관(손)을 중심으로 할 때, 그 전과 그 이후이므로 ㉡과 ㉢ 이 된다.
36. ④ 추론적 사고(관점에 따른 사례의 분석)
<보기>에서는 기존 패러다임이 어떻게 위기를 맞고 어떻게 붕괴되며, 그 자리에 어떤 과정을 거쳐 새로운 패러다임이 세워지게 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는 곧 정상과학이 새로운 이론에 밀려 위기를 겪다가 결국에는 새로운 이론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는 ‘과학 혁명’의 경우를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보기>에 제시된 과학혁명 성립의 과정을 이해한 후, 여기에 본문의 내용들을 적용시켜 보는 문제 유형인 셈이다. 그러나 베살리우스의 ‘폐순환의 발견’ 은 갈레노스 추종자들에게도 확증된 이론으로, 본문에 의하면 이는 궁극적으로 갈레노스의 추종자들의 의견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갈레노스의 이론을 ‘무효화’하지 못한 것이지 경험적으로 충분히 확증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답피하기]
① 갈레노스의 이론은 기존의 이론이므로 이는 기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② 갈레노스의 생리학은 그 당시로서는 확신되고 있었던 이론들이었기 때문에 정상과학이다.
③ 폐정맥이 공기의 통로가 아니라 혈액의 통로라고 밝혀진 것은 이전의 갈레노스 이론과 맞지않는 부분이므로 ‘변칙 사례’라고 할 수 있다.
⑤ 하비의순환 이론은 갈레노스의 이론을 밀어내고 수립된 새로운 이론이므로 ‘과학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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